한국 고대사를 얘기할 때 흔하게 '삼국시대'라는 표현을 씁니다. 하지만 고구려, 백제, 신라 외에도 가야를 비롯해 이런저런 나라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한번 세던 방식대로, 별 의심 없이 수를 세는 버릇이 있습니다.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이라고들 합니다. 실제 무지개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이므로(하지만 스펙트럼에 없는 보라색도 잊지 마세요) 굳이 일곱 색이라고 하는 건 인간의 선택입니다. 뉴턴은 프리즘으로 스펙트럼을 관찰하고 처음엔 다섯 색(빨강, 노랑, 초록, 파랑, 보라)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그는 색이 음계(도레미파솔라시)와 비슷한 성질을 지녔다고 생각해 처음 느꼈던 바와 다르게 주황과 남색을 끼워넣어 일곱으로 맞췄습니다. 그 바람에 가장 곤란해진 건 남색(indigo)입니다. 파랑과 보라 사이에서 거의 구별이 안 돼서, 지금도 무지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색이고 대부분의 색 체계에선 아예 따로 치지도 않습니다.
맥에서 폴더, 파일에 색깔 태그를 붙이려할 때 우리가 아는 무지개 7색 중 남색은 슥 사라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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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양은 오랫동안 기본 맛을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네 가지로 못박았습니다. 그런데 1908년 일본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다시마 국물에서 다섯 번째 맛 '우마미(감칠맛)', 성분으로는 글루탐산을 분리해냅니다. 하지만 '맛은 네 가지'라는 도그마가 워낙 견고해서 우마미는 거의 100년간 정식 맛으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2000년 마이애미 대학 연구진이 혀에서 우마미 수용체를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시각과 미각을 예로 들었는데, 아예 '오감(五感)'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렇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다섯으로 정하며 "여섯 번째 감각은 없다"라고 단언한 게 2천 년 넘게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현대 신경과학으로 접근하면 인간 감각은 스무 가지가 넘습니다. 균형을 잡는 전정감각, 눈을 감고도 팔다리 위치를 아는 고유수용감각, 온각과 냉각, 통증을 느끼는 통각, 배고픔, 갈증, 요의, 숨 막힘처럼 몸속 상태를 읽는 갖가지 내수용감각까지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감각합니다.
압권은 인간 염색체의 사례입니다. 인간 염색체는 46개입니다. 그런데 30년 넘게 전 세계 교과서는 48개라고 가르쳤습니다. 1923년 텍사스 대학의 시어필러스 페인터가 48개라 보고한 뒤, 그 권위에 눌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기 표본에서 46개를 본 학자들조차 정답은 48개라는 믿음 때문에 자기 눈을 의심해버렸습니다. 이 오류는 1955년 조 힌 티오가 250개가 넘는 세포를 거듭 세어 46개로 바로잡았습니다. 그는 나중에 옛 교과서의 염색체 사진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교과서는 염색체가 48개라고 설명하고 있었지만 교과서에 실린 사진에는 분명히 염색체가 46개 있었다고 합니다.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당하던 날, 저는 명왕성 입장에서 보면 조금 웃기지 않나 생각했었습니다. 명왕성은 누가 뭐라고 하든 자기 궤도를 돌고 있었을 텐데 인간이 마음대로 태양계에 끼웠다 뺐다 했을 테니까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에 타코도 샌드위치인지, 두유도 우유인지, 케첩도 야채인지에 대해 따져본 적도 있었지요. 연속적이고, 깔끔하게 딱 떨어지지 않는 자연을 우리에게 편한 틀에 끼워맞춘다는 게 애초에 한계가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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