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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본 2026 코첼라 최고의 아티스트 7
한국 시간 기준으로 4월 11일 토요일부터 4월 13일 월요일까지 2026 코첼라 1주차 공연이 유튜브로 생중계 됐다. 나는 모든 일정을 비우고 집에서 17팀의 공연을 보았는데, 정신을 좀 차리고 그 중 가장 좋았던 7팀(태민, 캣츠아이, 사브리나 카펜터, 저스틴 비버, 디종, 레이베이, 데이비드 번)을 꼽아보았다.
돌아오는 4월 18일 토요일부터 4월 20일 월요일까지, 지난주와 같은 라인업의 아티스트들이 출연해서 2주차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코첼라는 7개의 스테이지를 각각의 영상으로 동시에 생중계하는데 혹시 보고싶은 아티스트가 겹치거나, 주말에 잠을 자느라 놓쳤더라도 재생바를 앞으로 돌리면 24시간동안은 놓친 무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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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전에 코첼라 분위기를 담은 스톱모션 영상을 꼭 감상해주시길. Andrea Love가 만들었다. (어떻게 사람 이름에 러브가 들어갈 수가…. 그리고 너무 이름에 러브가 들어간 사람이 만든 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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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MOJAVE
태민 Taemin
현지는 토요일이었지만, 마침 한국인으로서는 일요일에 생중계로 무대를 보았기 때문에 그가 정말 ‘재림 태민’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올해는 태민이 솔로로 데뷔한지 딱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이번 코첼라는 태민이 전 소속사의 정산금 미정산 등의 문제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새 소속사인 갤럭시코퍼레이션으로 이적했다는 소식 후, 가장 많은 사람들 앞에 선 무대였다.
언제나 즉흥적인 선택 보다는 치밀하게 계산된 무브를 보여주는 태민은, 총 14곡의 셋리스트 중 6곡을 최초로 공개하는 신곡들로 채운 과감한 구성을 선보였다. <데미안>을 모티브로 거대한 알에서 등장했으며 ‘Guilty’ 철자를 새긴 입술이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왔는데, 어떤 것도 지금 무대 위에 있는 ‘태민’으로부터 시선을 거두게 만들지는 못했다. 군 입대를 2주 앞두고 발표되며 챕터 1을 닫는 사람으로서 어쩐지 마지막까지 남은 성스러운 한 방울을 짜내는 듯 했던 ‘Advice’에 그 후로 5년이라는 시간이 더해져서, 이번 코첼라 1주차에서는 그의 커리어 중 가장 완벽하다고 봐도 좋을 ‘Advice’ 무대가 나왔다. (마, 세상 사람들아 이게 케이팝이다!) 태민의 가장 빠른 일정은 다음달에 열릴 샤이니 콘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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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SAHARA
캣츠아이 KATSEYE
완전체로 나온다 만다 4월 둘쨋주 평일까지도 다양한 찌라시가 나돌았지만, 결국 마농 없이 다섯명의 멤버가 코첼라 무대에 올랐다. 캣츠아이가 배정된 스테이지는 예전부터 잭슨(갓세븐), 르세라핌, 에이티즈처럼 큰 스크린을 활용한 연출이 중요한 무대의 일부인 케이팝 아이돌들을 주로 볼 수 있었던 사하라 스테이지였다. 라라는 이번 코첼라를 준비하면서 비욘세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고, “마치 서커스처럼 사람들이 끊임없이 흥분하고 즐길 수 있는 쇼”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전했다.
신곡 ‘PINKY UP’에 대한 현장 반응은 뜨거웠는데, 이 날 유난히 심하게 불었다던 모래바람 강풍도 멤버들이 전원 생머리로 등장했기 때문인지 무대 중계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져왔다. 데뷔한지 2년이 채 안 된 이 팀은, 그저 케이팝이 좋아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을 다국적 연습생들을 케이팝 트레이닝 시스템 내에서 굴리고 자생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만큼 길러낸 결과다. 이번 코첼라는 산업적 전략과 멤버들의 실력이 합을 이뤄서 “미국 현지화 다국적 걸그룹” 같은 컨셉을 떠올린 이가 언젠가 꿈꾸었을 그림이 아주 빠르게 구현된 순간일 것이다. 그 중심에는 단연 ‘금발 걔’ 윤채가 엔딩곡인 ‘Gnarly’에서 보여준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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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COACHELLA STAGE
사브리나 카펜터 Sabrina Carpenter
당신은 ‘남미새’를 사랑해 본 적이 있나요? 사브리나 카펜터는 내게 있어 공감할 수 없는 가사를 주구장창 쓰는 팝스타 1위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는 라이언 고슬링이 타고 있던 우주선이 무중력 모드에서 점점 원심분리기처럼 돌아가기 시작하는 순간을 담은 장면이 있는데, 이번 사브리나 카펜터 무대에서도 카메라가 360도 돌아가며 약간 우주적인 무드를 연출한 곡이 있었다. 그런데 그 곡에서 그녀가 무릎을 꿇고 반복해서 부르짖는 단어는 다름 아닌 “boy”였다(이 곡의 제목은 ‘Because I liked a boy’인데, 정말 귀하신 무대에 누추한 곡 제목이라고 느꼈다.)
155cm의 작은 체구로 사브리나 카펜터가 종종 무대나 앨범 커버에서 보여주는 섹스 어필에 대해 평론가들은 “그녀는 일부러 남성 판타지 이미지를 연기하고 있고, 그걸 알고도 즐긴다”는 평가를 해왔다. 이번에도 역시 섹스 어필 무대가 있었다.
하지만, 댄서들이 101마리의 달마시안 분장을 하고 네 발로 걷는다거나, 영화 <올 댓 재즈>를 오마주 하며 무대 전체를 발레교습실로 만들어 버린다거나, 나중에는 뚜껑 없는 자동차 위에서 분수쇼를 벌이는 등 모든 것이 글자로 쓰면 참을 수 없이 과잉적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브리나 카펜터는 이제 단순히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설적인 투어 ‘The Eras Tour’의 오프닝 게스트로서만 호명되는 게 아니라,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는 무대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브리나 카펜터의 무대 3개를 더 소개한다.
- ✈️ 2026 그래미 어워즈 : 이 무대의 컨셉은 “멍청한 남자들을 태우고 다니는 항공기의 승무원”이다. 이 때도 ‘Sabrina Carpenter Airlines’라는 가상의 항공사 로고가 보이는데, 이번에는 아예 헐리우드 언덕의 “HOLLYWOOD” 사인을 패러디한 “SABRINAWOOD”를 세워버렸다.
- 🥤 2025 그래미 어워즈 : 브로드웨이식 뮤지컬 버전의 무대로, 사브리나가 턱시도풍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서 갑자기 의상을 바꾸고 탭댄스를 시작한다. 이번 코첼라 무대와 가장 연결고리가 강한 무대라고 생각한다.
- 👽 2024 MTV : 우주 SF 영화에 <바비>를 더한 듯한 혼종을 선보인 적도 있다. 사브리나가 도중에 외계인과 키스를 진하게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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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COACHELLA STAGE
저스틴 비버 Justin Bieber
나는 이미 첫 날의 헤드라이너였던 사브리나 카펜터 무대를 보고 초 각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 페스티벌에서 날 만족시키는 헤드라이너는 한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이틀날을 맞이한 참이었다. 저스틴 비버는 역대 코첼라 라인업 중 최고의 출연비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가 최소한의 프로덕션으로 목소리 하나에만 의존했다는 점에서, 무대를 마친 후 이 아티스트가 가진 저력과 무대를 대하는 무성의함이 지금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니까 분 단위로 돈이 수금되는 코첼라의 헤드라이너가 20분 넘게 자기 맥북을 켜고 유튜브에 접속해 자신의 과거 뮤직비디오나 커버 영상을 틀어놓고서 노래를 따라부르는 가라오케 타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덕분에, 15살의 저스틴 비버와 'Baby'를 함께 부르는 32살의 저스틴 비버라는 독특한 그림이 펼쳐졌는데, 나는 이를 12살에 유튜브에 올린 커버 영상을 계기로 13살에 첫 싱글을 발표한 가수로서는 진정성과 쇼맨십을 둘 다 성공적으로 챙긴 포맷으로 해석하는 쪽이다.
아마도 아내 헤일리 비버를 샤라웃 할 때, 카메라가 정말로 헤일리를 클로즈업하는 ‘EVERYTHING HALLELUJAH’는 앞으로 영원히 숏츠에서 회자될 것 같다. 마지막 곡인 ‘Daisies’에서는 52초부터 카메라가 관객석과 무대를 비추며 360도로 돌아가는데 미니멀했던 세트디자인에서 역동이 느껴지고, “집까지 조심히 운전해서 가고, 물 많이 마셔”라고 관객에게 안부를 전한뒤 그의 등 뒤로 폭죽이 터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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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OUTDOOR THEATRE
디종 Dijon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디종이 2021년에 발표한 앨범 [Absolutely]의 25분짜리 라이브 세션 영상을 보면 이런 사람이 음악을 해야 하는거구나(더 정확히는 ‘이런 사람에게 음악을 하지 못하게 만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날 것의 에너지가 담긴 이 영상만 봐도 음원을 듣는 게 조금 심심할 지경인데, 이번 코첼라에서 디종은 4월의 토요일 오후 6시 40분부터 7시 30분까지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질 때 무대를 점유했다. 그 중에서도 ‘Talk Down’을 부른 3분 48초짜리 영상은 그중 어느 부분을 크롭해서 코첼라 공식 홍보 영상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거의 완벽했다. (해가 조금씩 지는 시간대의 야외 무대인 아웃도어 시어터는 원래 지나치게 마법적이다.) 디종은 저스틴 비버가 지난해 발표한 앨범 [SWAG]의 ‘YUKON’, ‘DEVOTION’ 등의 작곡, 프로듀싱, 피처링 등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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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OUTDOOR THEATRE
레이베이 laufey
라우페이라고 읽을 확률이 99%인 레이베이는 아이슬란드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즈 기반의 싱어송라이터다. 사흘간 약간은 피로해져버린 귀를 쉬어갈 수 있는 선택지인데, 그렇다고 해서 무대가 심심하지는 않다. 이날 레이베이는 토크중 “뮤직페스티벌의 좋은 점은 EDM 무대도 있고, 랩 무대도 있고, 케이팝 무대도 있는데, 어느 날 가끔은 재즈 무대를 볼 수 있는 것”에 있다는 말을 했다. 코첼라가 특히 현존하는 거의 모든 장르를 포섭하는 대형 페스티벌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생중계를 보는 사람도 무심하게 클릭했다가 의외로 입덕하는 아티스트를 만날 수도 있다.)
코첼라 다음날 공개된 ‘Madwoman’ MV에는 수영장, 칵테일 드레스, 갑자기 레이베이가 남친으로부터 청혼 받기 등등 너무나 미국적인 클리셰가 가득한데, 레이베이는 “어릴 때 나 같은(아시안계) 사람이 이런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걸 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 MV에는 캣츠아이 멤버인 메간, 그리고 작년에 북미에서 공개된 (4월 중 왓챠에서도 공개될) BL 드라마 <히티드 라이벌리>로 주목 받은 허드슨 윌리엄스 등이 참여했다. 레이베이의 가장 빠른 일정은 6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내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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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OUTDOOR THEATRE
데이비드 번 David byune
73세의 데이비드 번은 미디어가 조명하기 딱 좋은 ‘멋진 할아버지 아티스트’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활동한 미국의 뉴웨이브 밴드 토킹 헤즈의 프론트 맨으로서, 당시 보여줬던 자유분방하면서도 민첩한 몸짓은 40년이 흐른 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재현된다. 밴드 세션이자 댄서를 겸하는 여러 명의 젊은 퍼포머들과 무대 위를 끊임 없이 걷고 움직인다.
데이비드 번은 2023년에 미국에서, 그리고 2025년에 한국에서도 재개봉한 토킹 헤즈 공연 실황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를 통해 자신에게 입문한 젊은 세대들을 딱 좋은 온도로 신경 쓰는 것 같다. 2025년 하반기부터 솔로 앨범 발매 기념으로 월드투어 중인데, 월드투어에 토킹 헤즈 시절의 노래가 포함된 것처럼 이번 코첼라에서도 ‘Psycho Killer’를 포함한 몇몇 곡을 보여주었다.
한 인터뷰에서, 토킹 헤즈의 베이시스트는 밴드로 함께 활동했을 때 데이비드 번에게 도널드 트럼프처럼 폭군적인 구석이 있었다 라고 폭로한 적이 있다. 모든 일 잘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진실과, 사람이 바뀔 수도 있다는 기적은 이 무대에서 포개진다. 데이비드 번은 지난 해에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이제야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협업하는 방식을 알아가고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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