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AI와 관련한 시장의 심리가 출렁이는 모습은 잦아지고 있습니다. AI가 가져올 충격파에 대한 그럴듯한 분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바이럴 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그 정보가 퍼져나가고 그 심리가 시장에 반영이 되기도 하죠.
지지난주에는 엑스(구 트위터)에서 공유된, AI의 최근 놀라운 발전으로 인해 전반적인 시장에 팬데믹과 맞먹는 충격이 곧 올 수 있다는 예상을 담은 한 AI 산업 전문가의 글이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는 AI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급속도로 사라지면서 2028년에 이르러서는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는 모습을 볼 것이라는시트리니(Citrini) 리서치의 보고서가 한순간에 시장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최근 세일즈포스를 비롯한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은 바로 이 보고서에서 예측하는 SaaS(Software-as-a-Service)의 종말 때문이기도 합니다. 시트리니는 AI 제품들의 생산성이 기존에 큰 영역을 차지하던 소프트웨어 기업들부터 힘들게 하면서 인력 단축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죠.
그런데 과연 지금 이 예상들처럼 바로 시장에 큰 충격파를 주는 움직임들이 일어날까요? 특히 당장 1~2년 안에 기존의 핵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대부분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러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지금 시장은 AI의 놀라운 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믿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산업의 현황과 기업들의 모습을 조금 더 침착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지금 가장 크게 흔들리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기업들부터 말이죠. 지금 발전하는 AI 제품들로 인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 기업들의 제품도 진화할 수 있는지, 어떤 인력이 새롭게 주목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요. 그리고 물론 그 속도가 어떨지도요.
오늘 우선 소개 드릴 이야기인 <소프트웨어 기업은 죽지 않는다>는 시장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기존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일순간에 어려워지지 않을 이유와 앞으로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오히려 어떤 역량이 더 중요해지는지를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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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한 콘텐츠 및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포함한 개별 기업들의 모습은 커피팟이 꾸준히 분석하고 전해온 분야입니다.커피팟 플러스 구독하면 꾸준히 관련 분야의 새로운 분석과 관점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준의 테크 노트] #AI #클로드코워크
1. 소프트웨어 기업은 죽지 않는다
취향과 전문성이 중요해질 에이전틱 시대
최근 전 세계의 기술 및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특히 세일스포스와 같은 SaaS(Software-as-a-Service) 기업들의 주가가 영향을 크게 받았고, 미국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들을 묶어 놓은 ETF인 IGV 역시 영향을 크게 받았죠.
런던, 독일 주식 시장에 상장 되어 있는 각종 엔터프라이즈용 소프트웨어 기업들 또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시중에선 이를 소위 '사스포칼립스(SaaSpocalpyse, SaaS 종말)'라고 부르며 나날이 발전하는 AI로 인해 SaaS 기업들의 미래를 어둡게 본 투자자들이 투매를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세일즈 CRM을 제공하는 세일즈포스는 최근 분기 매출이 9%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좋았습니다. 덩치가 커지면서 20%가 넘는 고속성장을 이어가던 3~4년 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만큼 견고한 모습으로 성장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일즈포스도 근미래에 AI 에이전트 제품에 대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죠.
실제로 사스포칼립스의 배경에는, 앤트로픽이 출시한 AI 에이전트 도구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와 클로드 코워크에 연결해서 쓸 수 있는 플러그인 중 하나인 '법률 플러그인'의 공개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코드 생성에 집중해 왔던 것과 달리, 클로드 코워크는 개발자가 아닌 사용자를 정확하게 타겟하는 제품입니다.
클로드 코워크는 사무 업무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만능 키가 될 수 있을까요? (이미지: 앤트로픽)
클로드 코워크는 일반 사람이 컴퓨터를 다루는 방식과 동일하게, 화면을 보고 인지하며 소위 '깔려 있는' 프로그램 및 파일들과 상호작용합니다. 그래서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별도의 코드 지식 등이 필요 없죠. 기본적인 기능은 파일 정리와 엑셀 파일 분석 등이지만 '플러그인'을 통해 더 강력한 기능을 발휘합니다.
특히 사내 법무팀의 업무 자동화를 위한 '법률 플러그인'의 경우, NDA 법률 서류 검토, 계약서 검토, 컴플라이언스 검토 등등에 도움을 주면서 그 역량을 마음것 뽐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현재 법무팀에서 필수적인 일들을 처리하는 사원의 몫을 거뜬히 해낼 수 있기에 충격파를 선사한 것입니다.
시장의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클로드 코워크 하나만 있으면 앞으로 법률뿐만 아니라 재무, 회계, 마케팅, 영업 등의 영역에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던 기업들 제품의 기능을 쓸 필요가 없어지는거 아니야?"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일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와 실체가 없는 공포이지만, 시장에 패닉이 일었던 것입니다.
과연 SaaS 기업들에겐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와 앱(App)은 소멸하고, AI 제품이 이를 모두 대체하게 될까요?
일단 답부터 내리고 가자면요.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가능성에 대해 소프트웨어/앱을 B2C와 B2B로 크게 나누어서 바라보면 좋습니다.
갑자기 스티브 잡스가 나온 듯하겠지만, AI 시대의 제품에 있어서도 소비자와 생산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그가 일찍이 짚었습니다. (이미지: CBS 뉴스)
'취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
우선 B2C 앱 분야는 현재 '바이브 코딩(Vibe-coding)'을 통해, 누구라도 간단한 홈페이지 혹은 앱 정도는 크게 어려움 없이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기장 앱이라거나, 날씨 앱, To-do 리스트 앱 같은 것들이죠. 실제로 바이브 코딩 혹은 에이전틱 코딩의 출시 이후 앱 스토어에 등록된 앱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런 '앱 풍요'의 시대에 대해 와이컴비네이터의 창립자 폴 그레이엄은 "(사람들의) 취향(Taste)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뭔가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무엇을 만드는가'는 큰 차별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요. 이에 대해 오픈AI의 공동 창립자 그렉 브록만 또한 말을 덧붙였습니다. "취향은 이제 새로운 핵심 역량이다(Taste is a new core skill)"라고요.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이 창조한 가장 좋은 것들에 자신을 노출하는데 달려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내가 하는 일에 대입하려고 해야 한다.(It comes down to trying to expose yourself to the best things that humans have done. And then try to bring those into what you're doing.)"
여기서 '취향'이라고 하면, 단순 서비스의 생김새 뿐 아니라,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이어지는, 고객과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나온 디테일들의 차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AI가 B2C 소프트웨어/앱을 집어삼킨다"라는 말에는 앞으로 많은 일반인들이 To-do 리스트, 날씨, 일기장 등의 앱을 AI를 통해 직접 만들어서 혹은 AI가 만들어준 대로 사용할 것이며, "다른 회사/기업이 만든 앱들은 쓰지 않을 것이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모릅니다.
어떤 제품이 그것을 제시해 줬을 때 "난 이게 좋아"라는 반응을 하며 제품을 선택하는 역할을 하죠. 그렇다면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역시 범람해도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품이 되는 것입니다.
글쓴이: 준. O2O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현재는 글로벌 콘텐츠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웹3, AI 등 새로운 기술이 바꾸어 나가는 세상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준의 테크 노트]는 테크 기업과 그들이 새로이 개발하는 기술과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소셜미디어] #AI #광고사업
2. 디지털에서 AI로 넘어올 광고 시장
미디어가 다시 광고를 키울 기회
뉴욕타임스도 광고 수익을 키우기 위한 플랫폼 피벗을 하는 와중에, 서브스택도 앞으로는 현재의 수익 대비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걸맞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크레에이터들의 구독 수수료만이 아닌 광고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뉴욕타임스의 경우는 AI 시대가 오면서 구글과 페이스북을 필두로 빅테크 기업들에서 파생한 플랫폼들에게 빼았겼던 인터넷의 최대 수익원인 광고 사업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보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되찾아온다'"라는 것이 이들과의 플랫폼 경쟁을 이어나갈 사업을 일구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앞으로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필히 생겨날 또다른 광고 시장에서 그 파이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앞으로 이 피벗을 더 당길 이유는 최근 오픈AI와 구글 그리고 메타의 움직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소셜&디지털(Social/Other Digital)'의 영역은 30년도 안되어 전체 광고 시장의 70%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는 이 영역을 'AI 챗봇'이 야금야금 대체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미디어 사업자들은 그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틈을 노려야 합니다. AI 챗봇 외 믿을 수 있는 소스로 기능하면서 이 영역의 광고 수익을 자신들도 가져와야 하는 것이죠. (이미지: WPP 리포트)
구글과 메타의 홈그라운드
오픈AI는 챗GPT를 통해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오픈AI가 공개한 데모에서는광고가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 나타납니다. 어떤 주제의 대화에 어떻게 광고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지가 관건으로 보이죠.
앞으로 사용자들의 반응을 학습하면서 그 형태는 물론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 광고 사업은 메타의 전반적인 광고 사업을 이끌고, CEO로 옮겨갔던 인스타카트에도 성공적으로 광고 사업을 입힌 오픈AI 애플리케이션 부문 CEO 피지 시모가 이끌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B2C 모델을 지향하는 오픈AI로서는 이 광고 사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투자와 앞으로 진행될 투자에 대한 진정한 '리턴(Return)'은 이 광고 사업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현재 주간 활성 사용자수 기준 약 8억 명이라는 전체 사용자를 계속 끌어올리면서 장차 구글과 메타 못지않은 '광고 사업'을 만들어내야 하죠.
구글이 지금 AI 모드를 통해 광고를 시작한 것은 장차 검색의 광고가 AI 제품으로 이동해 올 것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타가 페이스북에 챗봇인 '마누스(Manus) AI'를 최근에 노출하기 시작한 것도 장차 AI 챗봇과의 통합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AI를 소셜미디어의 기본 인터페이스 중 하나로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읽을 수 있죠.
이들이 소셜미디어형 플랫폼화를 당기는 것은 결국 AI 시대가 열 새로운 시장에 대비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사업 모델을 광고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죠.
결국 새로운 AI 시대에도 콘텐츠와 플랫폼을 통해 가장 크게 발생할 수익은 '광고'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와 검색 시장이 신문과 잡지 등의 광고 시장을 모두 잡아먹었듯이, 기존의 디지털 광고 시장은 앞으로 AI 챗봇을 비롯한 AI 제품이 가져갈 미래를 대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