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음악 산업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의 음악 산업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건 분명합니다. 이런 시끌벅적한 때에 케이팝 산업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아이디어와 사례를 공유합니다.
👉 브루노 마스와 함께한 싱글 "APT."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로제. 그의 첫 솔로 정규 앨범 [Rosie]의 발매를 앞두고 수록곡 "number one girl"을 선공개하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로제가 지난 11월 23일, 뉴욕타임즈의 [The Interview] 팟캐스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배우 데미 무어, 테드 새란드로스(넷플릭스 대표) 등 세계적인 인물들을 만나 온 저널리스트 룰루 가르시아-나바로(Lulu Garcia-Navarro)가 맡았다. 35분 동안의 대화에서 로제는 아이돌에 도전한 과정부터 연습생 생활과 고충, 그리고 1집을 준비할 때의 마음을 털어놨다. 때로는 들뜨고, 때로는 눈물 섞인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에 로제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기까지의 여정이 담겨있었다. 뉴욕타임즈의 지면 인터뷰와는 조금 다르다. 팟캐스트를 쭉 들으면서 원래 의미를 최대한 그대로 번역한 뒤, 가독성을 고려해서 다듬는데 집중했다. | 최진수
케이팝은 로제를 'Perfect Girl'로 훈련시켰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 뉴욕타임즈 팟캐스트
⏯️ "10년 뒤에 후회하기 싫어서 오디션을 봤고, 그게 시작이었다"
Q. 만나서 반가워요.
A. 반가워요. 로지(Rosie)예요.
Q. 안녕하세요, 로지. 아, 이렇게 불리는 게 좋나요, 아니면 '로제'가 좋을까요? 어떻게 불리는 게 좋아요?
A. 사실 저는 '로제'라고 불리고 소개하는 게 더 익숙하지만, '로지'든 '로제'든 편한 대로 불러주시면 돼요.
Q. '로제'와 '로지'의 차이가 있나요?
A. 네, 약간의 차이는 있다고 생각해요. '로제'는 제가 연습생으로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던 캐릭터 같고, 블랙핑크의 멤버로서의 저를 나타내는 것 같아요. 반면 '로지'는 그 뒤에 있는 저, 그 이전의 저라고 할 수 있어요. '로지'는 확실히 제 친구들과 가족이 아는 캐릭터예요. '로제'가 음악에 맞춰 디바처럼 춤추고 싶을 때의 저라면, '로지'는 집에서 침대에 파묻혀 있는 그런 모습이에요.
| number one girl | 2024 | |
Q. 첫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죠. 굉장히 특별한 순간일텐데요. 기분이 어떤가요?
A. 평생 이 때를 기다려온 것 같아요. 저는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어요. 그들과 공감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내곤 했죠. 그래서 저도 언젠가 앨범을 내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곤 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작년에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 제 자신을 많이 의심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제 삶의 새로운 챕터로 넘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Q. 스스로를 의심했다는 점이 되게 의외네요.
A. 그게 아마… 스스로 취약한 점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걸 배우거나 훈련한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 동안 제가 배운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 그게 제일 두려웠어요.
Q. 뉴질랜드에서 한국인 이민자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8살 때 호주로 이주했죠.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A. 제가 어렸을 때 호주에서는 할 게 별로 없었어요. 서울이나 뉴욕과는 달랐죠. 그냥 학교 갔다 돌아오고, 학교 갔다 돌아오는 생활의 반복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엄청 지루해하는 걸 보고 부모님이 저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음악을 접하게 됐고, 나중에는 악보를 인쇄해서 따라 부르는 게 저만의 엔터테인먼트가 됐어요. 이후에 유튜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사람들이 유명곡을 커버하는 게 너무 멋있어 보여서 기타도 시작했어요. 그런 모든 과정이 되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Q. 15살이 되던 2012년에 YG엔터테인먼트 오디션을 봤죠. 아버지의 아이디어였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A. 제가 한창 유튜브를 많이 보던 때였어요. 거기에 케이팝을 검색하면 연습생들이 생활하고 트레이닝 받는 영상들이 쏟아졌죠. 그런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떨까'하는 상상도 했어요. 얼마 안 가서 '그럴 리 없겠지' 하고 단념했지만요. 그러다가 아버지를 통해서 YG가 호주로 온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깜짝 놀랐죠. 그 때만 해도 굉장히 드문 일이었거든요.
그러면서 아버지가 저한테 오디션 꼭 보라고 권하셨어요. 자정 넘어서까지 노래하는 것만 봐도 이 일을 좋아하는 게 보이니까, 무조건 도전하라고요. 저는 제대로 노래하는 법도 모르는데 어떻게 오디션을 보냐고 했는데,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냥 해 보는 거지. 안 되면 뭐 어때? 그거 자체로 재밌는 경험이잖아. 나중에 26살 돼서 도전 안 한 걸 후회하고 싶지는 않을 거야. 정말로."
그 말을 듣고 저도 마음을 굳혔죠. 그 길로 시드니로 날아가서 오디션을 봤는데… 전 솔직히 거기서 끝일 줄 알았어요. 다들 너무너무 잘 했거든요. 그래서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YG에서 연락이 왔어요. 두 달 안에 짐 싸서 한국으로 오라고요. 그렇게 모든 게 시작됐어요.
| 로제가 YG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지원한 진짜 이유 | 출처: Koreaboo (이미지에 기사 링크) | |
⏭️ "나에겐 실패할 여유가 없었다. 되게 만들어야 했다."
Q. 연습생이 된다는 건 모든 걸 쏟아붓는 일이잖아요. 다른 나라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하는만큼 가볍게 결정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한국행을 결정할 때 부모님과의 대화는 어땠나요?
A. 처음에는 어머니가 정말 크게 반대하셨어요. 당연히 걱정을 하실 수 밖에 없었죠.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에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설득했어요. 그 때 저는 가족들하고 떨어져서 생활한다는 것까지 생각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하고 기숙사에서 생활할 거라는 것도 몰랐거든요. 나중에 기숙사에 도착해서 부모님이 "이제 우리 간다"고 말씀하실 때 처음 실감이 났죠. 아, 이게 현실이구나. 그 때 충격이 아직도 기억나요.
| Blackpink celebrated their eighth anniversary in August. | 로제 인스타그램 | |
Q. 도착한 후에 한국에 계속 머무를 거라는 걸 알게 돼서 놀랐을 것 같아요.당시 한국의 아이돌 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셨나요?
A.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그 때도 유튜브에 연습생 생활에 대한 콘텐츠가 많이 있었거든요. 영상으로만 보면 되게 화려해보였어요. 모두들 자기 꿈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것 같았죠. 하지만 제가 겪게 될 외로움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솔직히 그게 저에게 트라우마처럼 남기도 했죠. 어떻게든 살아남았지만요.
Q. 아이돌이 되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지, 외국에서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루 일과는 보통 어땠나요?
A. 보통 오전 9시 30분쯤에 일어났어요. 샤워한 후에 다른 연습생들 7~8명하고 같이 보컬 레슨, 댄스 레슨, 어학 레슨을 받았어요. 연습이 다 끝나면 새벽 2시였죠. 저는 홀을 혼자 쓰고 싶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그냥 남아서 홀을 사용하는 날이 많았어요. 매일 그걸 반복했죠.
Q.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목적 의식이 명확했던 것 같아요.
A. 가장 큰 이유는 저한테 물러설 곳이 없어서였어요.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왔는데, 여기서 떨어지면 다시 호주로 돌아가야 했으니까요. 제가 어디로 떠나는지, 왜 가는지 이해 못 하겠다는 친구들한테 이 모든 걸 설명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마음을 굳게 먹게 됐죠. YG에 오면서 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제가 타고날 때부터 절제력이나 의욕이 남달랐던 것 같지는 않아요.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니까 알겠더라고요. 내가 되게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죠.
| Blackpink at the Coachella Festival in 2023 | Emma McIntyre/Getty Images | |
🔁 "박채영, 로젠 박이 아닌 '로제'의 시간들"
Q. 2주일에 하루만 자유롭게 보낼 수 있었는데, 그땐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A. 태국에서 온 리사가 룸메이트여서, 쉬는 날 아침에 교회에 같이 갔어요. 예배가 끝나면 같이 좋아하는 가게에 가서 쇼핑도 했고요. 그 때 나이키 조던이 되게 큰 유행이었는데, 사고 싶지만 너무 비쌌던 기억이 나네요. 트레이닝이나 월말평가 때 필요한 것들을 사러 나가기도 했어요. 매주, 매달 테스트가 있어서 저희가 알아서 스타일링을 해야 했거든요. 저희는 옷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패션에도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회사에 우리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거든요.
Q. 기획사들의 목적은 연습생들을 스타로 만드는 것일텐데요. 노래와 춤 외에도 대중을 대하는 것에 대한 교육이 있었나요?
A. 그런 것까지는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저희 블랙핑크 멤버들은 모두 책임감도 있고, 각자 길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해서 굳이 그런 교육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트레이닝의 대부분이 음악에 관련된 것들이었죠.
Q. 연습생 생활을 4년 동안 했죠. 6~7년 동안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그 때 얘기를 가끔씩 해요. 희망적일 때도 있고 절망적일 때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그 시간을 즐겼거든요. 프로듀서하고 음악에 대해서 얘기하거나, 음악 작업을 할 때면 오로지 제 음악을 위해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한테 정말 특별한 순간으로 남은 것 같아요. 물론 정신적으로 쉽지 않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거쳐온 시간이 있어서 지금도 제가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블랙핑크는 데뷔 직후부터 반응이 대단했죠. 연습생에서 팝스타가 된 기분은 어땠나요?
A. 그게 저한테 어려웠던… 저에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 같아요. 물론 연습생 때도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야 했지만, 카메라 앞에 섰던 건 아니잖아요. 실수를 할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제는 '아티스트 로제'를 세상에 보여줘야 했던 거죠. 그걸 어떻게 하는지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초반 몇 년이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쉽지는 않아요.
Q. 제 생각에는 그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야 했을 것 같아요. 케이팝은 특히나 팬덤이 거대하고 문화도 독특한데요. 그런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얼마나 진정성 있게 스스로를 보여주고 싶었나요?
A. 저하고 멤버들 언제나 가장 좋은 모습만 보여주도록 훈련받은 것 같았어요. 온라인에서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여자라는 것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어요. 그런 게 케이팝 문화구나 싶었죠. 그래서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 제가 자라면서 들었던 음악,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아티스트 스스로 취약한 면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트레이닝을 받은 적은 없었어요. 저희 감정이나 경험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요. 그게 제일 힘들었죠.
| number one girl | By Kenneth Cappello (더블랙레이블) | |
⏹️ "솔로 1집은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Q. 앨범을 준비하면서 자신을 깊게 되돌아봤을 것 같아요. 어떤 느낌이었나요?
A. 솔직히 말하자면… 숨을 쉬는 것 같았어요. 사실 앨범에 담긴 이야기들은 제 주변 사람들은 20번도 넘게 들었을 것들이에요. 그런 스토리들로 음악을 만들 때가 된 거죠. 그런데도 '내가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이건 너무 나간 거 같은데. 이 단어를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같은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런 두려움을 내려놓는 게 1집을 만드는 여정이었어요.
Q. 방금 말했던 '두려움'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A. 저한테는 대중들에게 비춰지는 모습도 있지만, 스크린에 가려진 저만의 삶도 있잖아요. 팬들은 실제로 보거나 듣지 못한 것들요. 나의 그런 면을 보여줘도 될까? 그게 무서웠어요. 솔직히 되게 평범하거든요. 그런 걱정을 하는 저한테 같이 일하던 프로듀서나 작곡가들도 "로지, 너 이야기 되게 재밌어! 왜 그렇게 긴장해?"라고 물어봤어요. 그럴 때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Q. 케이팝 기획사들은 특히 연애 관련해서 엄격하다는 뉴스를 본 적 있어요. 팬들이 아이돌과 연애하는 것처럼 느끼길 바라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것도 두려움의 일부일까요?
A. 그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한테는 로맨스도 영감을 주는 소재일 뿐이거든요. 크게 특별할 것 없는. 그래서 이번에 확실히 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제가 누구하고 사귄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요. 이런 것까지 고민하면서 작업해야 한다는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Q. 선공개곡 중에서 "number one girl"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연인 사이나 팬과 셀러브리티와의 관계에 관한 곡처럼 느껴졌는데, 그 노래에 대해 잠깐 얘기해 주시겠어요?
A. 그 곡은 새벽 6시까지 잠을 거의 못 자고 만든 노래였어요. 하루 종일 인터넷만 보느라 완전히 지쳐 있었죠. 그 다음날에 스튜디오로 갔을 때도 짜증이 안 풀리더라고요.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짓눌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솔직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죠. 그렇게 "numer one girl" 가사에 쓴 것들은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정말 어렵게 솔직하게 꺼내놓은 제 마음이에요.
Q. 그 때 온라인에서 무엇을 보고 계셨나요?
A. 댓글들 보고 있었어요. 그 때 제가 뭘 찾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보면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날은 인터넷을 돌아다녀도, 소셜 미디어를 찾아봐도 너무 외롭더라고요. "number one girl"을 쓰면서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정말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리고 싶었죠.
Q. 솔로 활동을 알리며 올해 초에 자작곡 "뱀파이어홀리(vampirehollie)"도 공개했죠. 어떤 뜻을 담았나요?
A. 원래 제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이었어요. 제 공식 계정은 팔로워가 많아서,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항상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쿨하지 않아도 되는 인스타그램 세상을 즐기고 싶었어요. 그런데 몇몇 팬들이 이 계정을 알게 됐고, 그 다음에는…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려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저를 통제하려고 한다는 생각에 시달렸어요. "뱀파이어홀리"라는 곡을 쓰면서 그런 집착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Q. 케이팝은 온라인에서 특히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괴롭힘이 많이 일어나고, 안티 팬 운동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어요. 로제 당신도 그런 경험을 한 것 같아요.
A. 네, 그런 것 같아요. [로제는 이 부분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어우, 죄송해요. 이렇게 감정적으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사실 저는 제가 꽤 강인하다고 생각했어요. 매사 긍정적이고, 어떤 일이 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겪어보니까 '세상에, 내가 이런 일을 겪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온라인에 올라온 댓글들을 보고 '왜 저렇게까지 할까'라고 생각하곤 했죠. 되게 큰 충격이었어요, 저한테는.
Q. 그런 일이 있어서 유감이에요. 당신이 이런 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한 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A. 이제는 작곡이 있으니까, 노래로 만들어야죠. 인생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야 하니까요!(웃음) 작곡이란 존재가 저에게 정말 필요한 순간에 축복처럼 다가와서 놀라웠어요. 어떤 큰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고민을 노래에 담으면 머리와 마음에서 떠나가더라고요.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래서 작곡이 저에게 정말로 도움이 됐어요. 노래에 제가 힘든 감정을 담으면 제 영혼을 떠나는 느낌 같았죠. 물론 어떤 날에는 곡이 잘 안 나올 때도 있어요. 그러니까 계속 곡을 써야죠.
작곡에 워낙 몰입하다 보니까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제가 곡으로 만들고 싶은 주제가 있었는데 막상 써보면 원했던 이미지가 아니어서 지우고, 다시 쓰면 제가 원하는 방향에 더 가까워지고, 그러다가 아니면 또 지우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더라고요. 그런 과정 자체가 실제로 저에게 치유가 됐어요.
| Blackpink performing at the 2022 MTV Video Music Awards | Jeff Kravitz/Getty Images | |
⏭️ "블랙핑크는 블랙핑크다, 언제 어디서나"
Q. 이제 블랙핑크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게요. 지금은 멤버들 모두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데요.
A. 저희 모두 블랙핑크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예요. 하지만 그걸 건강하게 이어가려면, 각자 원하는 길이 다르다는 걸 인정할 만큼 성숙하기도 했죠.
Q. 케이팝의 7년 저주라는 말이 있죠. 음반 계약 만료와 맞물리기도 하고요. 블랙핑크는 2023년에 YG와 계약이 만료됐는데요. 당시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A. 우리 모두가 정말로 원하는 걸 깊게 고민하는 순간이었어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몇 달에 걸쳐서 정말 대화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블랙핑크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꿈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죠. 그래서 우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하고, 다시 함께하자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내년은 블랙핑크의 해가 될 거예요. 음원도 발매하고 투어도 준비해야죠.
Q. 연습생 시절에 대해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로제 당신은 그 때가 긍정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해줬어요. 하지만 연습생 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인 뉴스도 많이 접했는데요. 이런 시스템이 미래의 아티스트 육성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개인적으로 연습생 생활을 늦게 시작했어요. 16살부터 트레이닝을 받았으니까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말하는 거지만, 테디 같은 좋은 프로듀서와 저희를 케어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좋은 시스템 덕을 봤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보다 연습 시간이 짧아서 빨리 적응하는데 도움이 된 것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Q. 만약 아이돌을 고민하는 10대 소녀를 만난다면, 당신과 같은 길을 가라고 권하시겠어요?
A. 꿈과 결단력만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아버지가 제가 망설일 때 "10년 뒤에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지금 해 보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건네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YG에 가서 제 결단력과 추진력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울면서 집에 전화하면 부모님이 집에 오라고 하셨는데, 힘든 와중에도 그 말은 정말 듣고 싶지 않더라고요. 집에 가는 건 선택지에 없었어요. 어떻게든 해내자는 생각만 있었죠. 그리고 블랙핑크라는 팀으로 결실을 맺어서 저도 오늘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 ROSÉ & Bruno Mars - APT. (live from 2024 MAMA AWARDS)
ROSÉ & Bruno Mars - APT. (live from 2024 MAMA AWARDS) 로제의 싱글 "APT."는 이렇게 시작한다.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이번 팟캐스트를 듣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채영이가 좋아하는'이라는 구절이 다시 들렸다. '블랙핑크의 멤버'가 아니라 '인간 박채영'이 진심으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담았겠구나. 그래서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도 그렇게 신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앨범으로 로제가 날개를 펼치고 마음껏 날길 바란다. 그리고 다른 아티스트들도 에너지와 용기를 받고 자기 이야기를 해 주길 바란다. 음악이든 아니든, 콘텐츠는 결국 창작자가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담을 때 가장 빛나고 매력적이니까. (최진수)
🧑💻 같이 읽기: 로제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