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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다 한 이야기: 서울국제도서전 1일차에 다녀오다

아직 이틀이 남아있다
2024.6.28. 금요일
서울국제도서전 1일차에 다녀오다
(아직 이틀이 남아있다)

 코엑스에서 5일간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첫 날 다녀왔습니다. 기존보다 이른 오후에 보내드리는 오늘 레터는 1) 도서전에서 산 책 9권 2) 아니 거기까지 가서 이걸 안 샀어? 2-5) 중간 광고 3) 자네는 책을 도서전에서만 사나? 로 구성 됩니다.


도서전에서 산 책 9


출판사 : 프란츠ㅣ부스 : Q2-84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음악소설집》

매 해 도서전이 여름에 열리기 때문에 여름의 조온습과 휴가 주력 도서가 출간되는 건 이치에 맞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초여름'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어요. 고개를 들면 보이는 울창한 나뭇잎 실루엣 속지 위로 마치 고급 화과자 포장지 같은 소재의 지류로 소설의 제목, 소설가들의 이름, 출판사 이름이 금박으로 출력되어 있습니다. 안살 수가 없는 제목입니다. 저는 이 책 제목이 '집음악과 소설'이어도 구매했을 것 같습니다. '음악 앤솔로지'라는 콘셉트로 단편 소설을 작업한 저자들이 "고요와 소란 사이에서, 음악과 이야기 사이에서" 묻고 답한 짧은 인터뷰도 후반부에 실려 있습니다.


출판사 : 귤프레스ㅣ부스 : Q2-37 

수신지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4

2022년 언리미티드에디션에서 1편을 선보인 후, 언리미티드에디션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퐁당퐁당 시리즈의 신작이 공개 되고 있는 시리즈, 그 네 번째입니다. 거의 매 번 귤프레스 부스에 들르면, 자녀나 조카 앞으로 수신지 작가에게 친필 사인 요청을 하는 이모삼촌고모고모부엄마아빠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언젠가 작가 또한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시리즈는 처음으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그린 만화입니다. 그동안 주로 성인 여성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독자분들도 대부분 성인 여성이었는데 이 만화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 독자를 많이 만나게 되어 신기하고 반갑고 신이 납니다."라고 소회를 밝힌 바 있는 것 처럼요. 만화문화연구소에서 '2023올해의 출판 만화'로 선정한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이번에 도서전용 스페셜 표지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울고 있는 하은이'가 추후 일반 판매 시에는 웃는 표정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해요. 여러 분 모두 우는 하은이를 가져!


출판사 : 문학동네ㅣ부스 : E17 

마이아로즈 크레이그 《버드걸

모든 기기들로부터 로그아웃 한 채로 도둑맞은 집중력을 찾기 위해, 디지털스럽지 않은 취미를 가지는 게 일종의 신유행처럼 해석되는 시기입니다. 대표적으로 조명되는 취미 중 하나가 '탐조' 같은데요. 이 책의 저자는 11살에 'birdgirl'이라는 이름의 블로그에 탐조 기록을 담은 블로거입니다. 어머니의 정신질환을 다루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탐조인인 아빠의 주도 하에 온가족이 새를 관찰하기 위해 여러 대륙으로 떠났고, 그 사이 심각한 환경문제를 목도한 저자가 자연스레 환경운동에도 뛰어들게 됐다는 성장 과정에 이끌려서 사게 된 책이예요. 맨 처음 파란 표지에 이어지는 쨍하게 노란 면지는 저자의 국적과는 무관하지만 스웨덴 국기를 떠올리게 하고, 챕터를 구분해주는 장마다 몹시 아름다운 새 일러스트가 들어있습니다. (주변인들에게 이 책을 후루룩 넘겨서 보여주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와' 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 작업을 위해 240여종의 조류명을 열심히 번역했다는 '조류 문외한'인 역자의 말부터 읽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출판사 : 문학동네ㅣ부스 : E17 

와야마 야마 《가라오케 가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이번주에 만화카페에 19,000원을 내고 5시간동안 눌러 앉아 있었습니다. 아메리카노랑 까르보나라 떡볶이를 옴뇸옴뇸 하면서요. 2023년 국내 서점가를 휩쓸었던 만화 베스트셀러 와야마 야마 《여학교의 별》 1-3권도 드디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다른 만화책도 구매해버린 것이죠.


출판사 : 스위밍꿀부스 : M12 

김해인 《펀치

뭐 이렇게 갑자기 일상에 만화를 들이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니고 이 책 때문입니다. 문학동네 만화편집부에서 근무하시는 김해인 편집자의 에세이에요. 실제로 만화 편집자이기 때문에 만화 편집자 쿠로사와가 주인공인 <중쇄를 찍자!>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을 숱하게 들어왔다는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단언합니다. "다른 만화 편집자분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몰라 내가 대표로 말할 순 없지만 일단 쿠로사와처럼 일하면 죽는다."(p.26)


출판사 : 스위밍꿀부스 : M12 

김화진, 이희주, 박솔뫼, 정기현 《여름을 열어보니 이야기가 웅크리고 있었지》

유튜브 <민음사TV>를 '말줄임표' 시절부터 즐겨보셨다면 반가워하실 그 이름, 문학편집자 콤비이자 소설가인 김화진, 정기현 두 사람이 눈에 띕니다. 특히, 정기현 님은 박솔뫼 저자가 참여한 에세이 《바로 손을 흔드는 대신》과 이희주 장편소설 《나의 천사》의 편집자이기도 하시죠. 그런데 이렇게 한 권의 책에서 공저자로 만나는 이런 연결고리와 조우, 멋지지 않나요? (민팁 많이 본 사람은.. 새삼 뻐렁침..) 이 책에는 네 사람의 단편소설과 산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공동으로 저자들을 한 데 묶는 기획들이 너무 많아져서 도무지 신선한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울 때 즈음, 또 이렇게 새로운 구성의 앤솔로지가 나와서 반갑습니다.


출판사 : 스위밍꿀부스 : M12 

금정연 《한밤의 읽기》

책 읽기처럼 본성과 관성을 거스르는 일이 또 있을까요? 도서전 하울레터를 쓰면서 그런 생각을 다시 한 번 합니다. 《한밤의 읽기》는 성인독서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2019년부터 2023년 봄까지 '읽기'를 테마로 두고 진행된 네 번의 강연을 엮은 책입니다. "혹시 XXXXX의 책을 한 권이라고 읽어보신 분 계신가요? 괜찮아요, 부끄러운 거 아니에요. 안 계신가요? (...) 손드셔도 질문은 안 하겠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라는 대목은 연사의 지목을 통한 주목과 답변 과정에서 탄로날 밑천의 바닥을 이상하게도 몹시 두려워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장의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합니다. tvN 드라마 <졸업>의 이준호 선생이 특히 좋아할 것 같은 책입니다. "읽는 방법을 가르칠 거예요. 텍스트로 일대 일로 맞짱 뜰 수 있는 근육을 키울 수 있는 방법밖에 없어요. (...) 애들 세상을 확장시키고 상상할 수 있게 1학년 때부터 어휘, 문장, 지문, 행간을 차례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면 신분이 바뀐다니까요?"(<졸업> 중에서)


입점명 : 작업책방 씀부스 : I30 

윤혜은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주니어김영사)

"10대의 일상을 꿈과 음악으로 촘촘히 엮는" 이야기를 담은 윤혜은 작가의 첫 소설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누군가의 외로움을 알아보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데요. 본문에는 7개 트랙이 중심을 잡고 있지만, '티저', '히든 트랙' 같은 타이틀을 달고 있는 목차를 다하면 전체는 총 14 트랙 구성입니다. 마치, 이제 막 데뷔한 케이팝 아이돌이 데뷔 앨범부터 디럭스 버전 앨범을 발매하는 걸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겨우 목차만 보고 있어도 느껴집니다.


이 책을 구매하는 전후로 윤혜은 작가와 나눈 대화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데 Cosmic이 저를 미치게 합니다"

"레드벨벳… 데뷔 10주년 이를 안 갈 수 X"

"내가 S면 넌 N이 되어줘 투어스는 이번에도 좋더라고요…"

"이거 팬들이 내가 '애쓰면' 넌 '애인이' 되어줘, 이렇게 듣는대요. 그냥 그렇다구요…"

도서전에서 이거 왜 안 샀지?


민음사(D23)에서 김하나 고전 에세이 《금빛 종소리 왜 안 샀지 왜냐하면 수요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재고가 없었으니까

안전가옥(D17)에서 정은경, 이동은, 오세연 앤솔로지 소설집 여름을 달려 너에게 점프! 왜 안 샀지 부스 구경만 하다가 넋이 나갔으니까

문학동네(E17)에서 마츠모토 타이요 만화 《동경일일(전 3권) 완간 됐는데나 왜 와야마 야마만 들고 온거냐구 

클로브(Q2-52)에서 이은선 영화 에세이 《깊은 밤의 영화관 왜 안 샀지 부스를 못 찾았으니까

유어마인드(Q2-09)에서 '책갈피 올타임 베스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4년 동안 책방에서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은 책갈피 24종을 모아서 선보였다는데 진짜 나 왜 안 갔지…?


하지만 저는 도서전에 또 갑니다….


📢 중간 광고


6/29(토) 오후 2-4시

유유히 부스(Q2-56)에서

•구구 님과 《작업자의 사전 사인회를 합니다.


오는 토요일에 도서전에 놀러오시겠어요? 저는 6시에 에스파 단독콘서트로 건너 갈 예정이라 매우 신나있을 예정인데요. 오셔서 에스파 정규 1집 최애 트랙을 알려주시면 저와 흥미로운 담소 타임 가능할 예정입니다….



올 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사전예매자만 최소 4만명으로 추산 된다고 합니다. 미리 예매하지 않으셨더라도 현장 예매가 가능한데요. 입장한 후, 주요 3대 부스 안전가옥(D17) - 민음사(D23) - 문학동네(E17) ㅡ 는 어떻게 동선을 짜더라도 꼭 지나가게 되실텐데요. 이 부스들의 디테일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른 방문 후 우선순위로 방문하시는 걸 권장 합니다. 


그 중에서도 안전가옥은 친환경적인 회전초밥집 같은(그게 뭔데) 부스로 위용을 자랑합니다. 도서 구매 리워드와 굿즈의 재고가 계속 동 났다가 채워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더라고요. 혹시 굿즈 구매 계획이 있으신 분은 당장 눈 앞에서 품절이라고 하더라도 오후에 재입고 되는 일정이 있는지 출판사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최근 《THE MONEY BOOK》을 출간한 토스(R01)는 관람객이 자신만의 머니북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입장 인원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대기 줄이 무척 길었습니다. 도서전이 열리는 홀 내부에서 팝업스토어의 문법을 가장 충실히 따르고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여기!!!! 우리가!!!! 인쇄소에서 갓 쪄온 신간이 있는데!!!!!"를 외치는 장인만큼 출판사를 섞어짠 구간의 큐레이션에 집중한 부스로는 소전문화재단(E9)과 밀리의서재(L29)가 눈에 띄었습니다. 밀리의서재는 '몰입 지수', '뿌듯 지수', '꿀잼 지수' 등을 포함한 육각형 방사형으로, 소전서림은 '해석의 다양성', '구성의 탁월함', '인물/사건의 새로움' 등을 포함한 오각형 방사형으로 추천 도서들을 각각 비치해두고 있었는데요. 육면체로 실존하는 큐레이션 더미 사이를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아무리 이렇게 뉴스레터를 보내도, 직접 책을 보고 만져 보고 들어도 보면 좀 더 구매를 결정하는 쪽으로 마음이 동하시지 않나 싶습니다. 그 외에도 창비(E01)는 시를 CD 플레이어를 통해 들어보게 하거나, 소설 별로 시향지를 비치해두는 은행나무(F05)처럼 오감을 총동원하는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부스도 있었습니다. 그 외, 도서전에 나가지 않았지만 입점 부스들을 취재하는 '흐름출판'의 1분 릴스 시리즈'를 참고해보시면 방문 전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저는 도서전에서만 책을 산 것이 아닙니다…

그냥 최근에 여기저기서 산 책은요…


박경석 《출근길 지하철(위즈덤하우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박경석 대표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을 공동집필한 정창조 활동가는 박경석 대표와 스무 번 이상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는데요. 박경석 대표의 말에 담긴 현장감과 그의 말이 가진 특유의 힘을 생생하게 담아내야 한다는 데에서 정창조 활동가가 느꼈을 부담,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사명감이 선명하게 전해집니다. 모든 부제는 박경석 대표의 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장연의 등장으로 열차 안에 쌓여가는 '시민'들의 정체된 시간은 여태껏 '그들'로 취급받아온 장애인들이 빼앗겨온 시간과 절대로 동일한 무게감을 갖지 않는다. '그들'이 한평생 시간을 빼앗기는 건 익숙한 일이지만, 출근길에 오른 '시민'의 시간 1분이 지연되는 것은 이 사회 전체의 '재난'이자 '비상사태'다." p.26-27


김경수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필로소픽)

알라딘 북펀드에서 목표 금액의 약 10배 금액을 조달할 정도로, 펀딩이 개시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던 책 입니다. 저자가 자신의 석사학위논문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드라마 <야인시대> 밈 이미지에 대한 매체적 연구>를 다듬어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인데요. 저자는 "고전으로 불리며 분석할 가치가 있는 인터넷 밈"과 그것들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매체 이론으로 살펴봅니다. 본문에는 총 28개의 밈 이미지와 밈의 원출처인 QR코드가 배치 되어 있습니다. 


천선란 《아무튼, 디지몬(위고)

어쩌면 내 유년기는 천천히 발 밑에서 으깨어지고 있는 버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가장 만만하게 신는 컨버스탁 슬리퍼를 신고 어정쩡하게 집까지 걸어오며 생각했습니다. 저는 저의 유년기를 관통한 콘텐츠가 없다는 걸 알고, 어쩌면 그것을 벌충하듯 성인기를 게걸스러운 감상자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는데요. 디지몬 어드벤처를 통해 유년기의 한자락과 현재진행형인 가족사를 말하는 사람은 덤덤하지도,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았다. <아무튼> 시리즈의 신작인 《아무튼, 디지몬》은 디지몬을 하나도 몰라도 슬펐고, 또 그래서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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