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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일기]041.혹시 어제 무슨 릴스를 보셨나요?

일상을 판가름하는 리트머스지
밑줄일기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
041.일상에 갖다대는 리트머스지

   알배추꽈리고추볶음, 양배추찜과 두부강된장, 총각김치찌개, 겨울 양배추를 넣고 푹 끓이는 포토푀 수프, 감자를 채칼로 썰어 바삭하게 굽는 감자채전, 방울토마토에 올리브유 휘휘 두르고 계란 톡 깨서 전자렌지에 돌리면 만들어지는 스프, 훈제연어를 곁들인 당근 라페 오픈 샌드위치, 그리고 잡곡밥.


   주말 동안 했던 요리입니다. 다 못 먹어도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 끼니도 만들어 먹은 적도 있었고, 한 번에 요리 세 개를 만든 적도 있습니다. 평소보다 요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지난주에 유난히 요리 숏폼 콘텐츠를 많이 봤기 때문이었어요.


   그나마 요리 영상인건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사실 작년 가을부터 지지난주까지, 오랫동안 유튜브를 지나치게 오래, 많이 봤었습니다. 연말에는 안 보던 쇼츠가 알고리즘에 뜨더니 안 보고 싶어도 멍하니 유튜브만 보는 순간이 길어졌어요. 이 주 정도 그렇게 고통받다가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태블릿을 팔고, 모바일로 자꾸 쇼츠를 보길래 유튜브 앱도 지웠습니다. 그 이후 집안이 종종 조용한데요, 그 침묵이 너무 좋습니다. 근데 슬슬 제 관심의 불똥이 인스타그램 릴스로 튀어버렸나 봅니다. 그랬더니 저한테 요리를 엄청 시키고 있네요.


  지금 내게 든 생각의 근원을 따라가다보면 지난주 SNS 포스팅이나 영상에 맞닿을 때가 있습니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일상에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최다혜)에 나오는 일상의 리트머스지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매일 읽고 쓰거나, 다정하게 남편과 인사를 건네지 않는 걸 리트머스지로 삼아야 할까요. 아니면 오늘 본 좋은 글귀가 제 행동에 좋은 영향을 주길 바라야 할까요. 다음주에도 요리를 하다 지쳐 쓰러지지 않으려면, 이젠 인스타그램도 지워봐야겠습니다.


PS. 그래도 오랜만에 어디선가 캡처한 문장이 아니라, 진짜 제가 읽었던 책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네요. 어쩌면 제가 밑줄일기를 오랫동안 휴재했던 까닭은 유튜브 쇼츠 탓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번주 밑줄
첫 번째 문장

다시 집밥을 리트머스지처럼 써보기로 했다. 집밥을 없을 정도로 고단한 삶이라면 그건 삶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다. 반대로 퇴근 후에 안치고 끓일 있는 저녁이라면 일과 삶의 균형이 잡혔다는 증거다.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없어야 치킨을 주문하는 대신 된장찌개를 끓일 테니까.

-출처: 최다혜,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두 번째 문장

일상 속에서 우리 다수는 그저 쓰러짐으로써 산만함에서 벗어나려 한다. 텔레비전 앞에 드러누움으로써 하루치의 과부하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세 번째 문장

가장 깊은 층위의 사고가 점점 더 적은 사람에게만 가능해져서 마침내 오페라나 배구처럼 극소수의 취미가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독자님이 보내준 답장
(...) 빵집에서 샌드위치라도 사먹자 싶어서 나간 길에 버스에서 소얀님 메일을 읽었는데요. 엄청 울었어요. 맞아요 저도 어제는 모른척 하고 오늘을 잘 살아보려고요. 그래서 월요일에는 일단 망가진 몸(식사, 씻기)부터 챙기고, 화요일에는 다시 모른척 학교 갔어요. 과제도 안했고 챙겨가야 할 책도 못챙겨갔지만 일단 등교를 했다는 사실에서 스스로가 대견했고요. 수요일에는 학교도 가고 과제도 하고, 목요일에는 학교도 가고 과제도 하고 발표준비도 하고....하나씩 다시 쌓아갔어요. 금세 또 잊고 살다가 주말에 메일함 정리하다보니 아 이번주 나의 터닝포인트는 소얀님 이메일부터였구나 싶어서. 감사인사 드립니다. 감사해요. 소얀님 거기 계셔주셔서 감사해요!

이번주도 일요일 여섯 시에 깜빡 잠이 들어-지난주에 이 이야기 똑같이 썼는데 양심의 가책이 느껴집니다-. 이번 호는 휴재하는게 나을까? 싶었는데, 이 답장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늦은 편지를 썼습니다. 어제 잠든 건 모른척 말이죠. 독자님도 저를 휴재에서 구해주신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에 오늘은 저전력 모드로 겨우 급한 일만 보았는데요, 잘 자고 잘 씻고, 내일 어깨 한번 쫙 펴고 한 시간만 더 일찍 출근해보려 합니다.  내일 정말 춥다 하는데 집 밖으로 나서실 일이 있다면 단단히 목도리 두르고 나가세요.
오늘의 밑줄일기는 어땠나요?
-편지를 읽으며 하신 생각, 사연을 알려주시면 소중하게 읽고 있답니다. 참고로, 사연 중 따로 편지를 보내는게 좋겠다 싶은 내용은 따로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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